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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23kg 조로증 환자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었을까?

23kg 조로증 환자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4일에 방송된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몸무게 23kg 조로증 환자 장인철씨의 인생이 그려졌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눈가를 촉촉하게 적실 정도로 그의 인생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베르너 증후군(조로증)에 걸려 10살 때부터 남들보다 3배나 빨리 늙고 있는 장인철씨는 현재 57세이지만, 모습은 100세를 훌쩍 넘긴 사람처럼 무척 늙어 있었습니다. 조로증에 걸리게 되면 보통 20~30대에 죽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아직까지 살고 있다는 자체가 무척 드문 케이스라고 의사들은 말했습니다.


몸무게 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장인철씨
백발 머리에 주름진 피부 그리고 쉰 목소리까지 누가 봐도 너무 늙어 보이는 그는 몸무게 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세끼를 꼬박 먹어도 몸무게가 늘기는커녕 줄어들고 눈과 무릎은 더 나빠져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벌써 한 쪽 눈은 실명하여 보이지 않았고, 귀는 오래전부터 보청기 없이 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청력을 잃었습니다. 몸무게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는 몸무게를 잴 때마다 유독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버킷리스트란 (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의미

23kg 조로증 환자 그의 버킷리스트
그는 자신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인지, 죽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이 통장에 있던 돈을 찾는 일. 그의 통장에는 79만 9천원이 들어 있었고,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79만원을 찾았습니다.

돈을 찾은 후 그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세탁기 구입이었습니다. 너무 오래된 세탁기가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서 오래전부터 세탁기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세탁기를 바꾸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항상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고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이 없었던 그에게 누구보다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바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죽기전에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밥 한 번 사는 것으로 자신이 진 신세를 모두 갚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의 신세를 덜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세탁기를 사고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남은 돈은 36만원, 마지막으로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바로 7살 때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찾기 전에 먼저 깨끗한 양복(10만원)을 새로 맞추었습니다.

제작진의 도움으로 그는 어머니를 찾게 되었고, 요양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는데요. 어릴 때 자신에게 코르덴 옷을 사줬다는 것을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버린 어머니를 원망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잊지 않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어머니를 만나게 되는 날, 인철씨는 새 양복에 넥타이까지 메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인철씨는 그 어느때보다 설레이고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50년에 만나는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습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전 그는 꽃집에 들러 예쁜 꽃다발(3만원)을 하나 샀습니다. 병들고 너무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화려한 꽃다발이 가려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50년 만에 드디어 만난 어머니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어머니는 휠체어에 타고 있었습니다. 인철씨가 어머니를 보자마자 큰절을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인철씨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연신 미안하다며 아들 인철씨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인철씨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원망했던 시간과 힘들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 어머니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에 인철씨는 자신이 쓰고 남은 돈 23만원 모두를 어머니에게 건냈습니다. 어머니 역시 아들을 위해서 차비라도 하라고 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어머니에게 3만원을 받고 무척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50년 만에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 지금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을까요?

그의 통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앞으로 살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인철씨는 남은 시간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기척처럼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기 보다는 누구보다 밝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불평, 불만만 늘어놓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늙어버린 그의 모습을 보고 볼품없다고 하겠지만, 방송을 통하여 본 인철씨의 모습과 마음은 누구보다 멋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남은 인생도 누구보다 멋있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