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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소설

동화같은 아름다운 소설 - 아가미


동화같은 아름다운 소설 - 아가미

소설가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있었습니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데뷔한 구병모 소설가는 데뷔 작품을 창비청소년문학상에 올려놓으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가미는 위저드 베이커리를 이은 첫 작품으로 아가미를 가진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한다면 아가미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곤'은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물고기의 아가미를 갖게 됩니다. 아가미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밀스럽고 가슴 저린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곤의 아버지는 잇단 불행으로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자 자신의 아들 곤을 품에 안고 호수 이내호에 뛰어들게 됩니다. 자신과 곤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고 했지요. 결국 남자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곤은 죽지 않고 살게 됩니다.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었는지 목 뒤에 아가미가 생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가미로 숨을 쉬며, 목숨을 건진 곤. 그러나 그렇게 아가미 때문에 살아났지만, 아가미 때문에 세상 속에 섞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더 반짝거리는 비늘을 가진 인어의 몸으로 성장을 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의 현실 속에서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잘 섞이지 못하는 사람처럼...
 
책 속에서는 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부모가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 왜 막다른 길에 몰려 세상과 이별을 하려고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등 아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세상과 뚝 떨어져 버려진 것처럼 곤은 처음부터 쓸쓸한 아이였습니다.


아가미를 가지게 된 곤은 자신이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모든 사람들과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들어집니다. 저자는 마치 아가미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 시련을 이겨내는 법을 이야기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곤은 현실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곤을 통하여 인간과 인간의 원천을 생각해보게 되고, 오늘날의 인간 그리고 인간의 꿈과 욕망, 윤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가미의 줄거리는 시종 일간 조용하게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슬프고 아픈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가미를 가진 아이라는 기이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통하여 느끼는 것은 마치 동화같이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