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보고 소리친 지하철 무개념녀에 대한 생각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보고 소리친 무개념녀에 대한 생각

지하철에서 안내견을 데리고 탑승한 시각 장애인에서 '교양이 없다'고 소리치며 폭언을 했다는 글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동영상이 아니라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승객이 글을 올렸는데요. 한 젊은 여성이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보고 '누가 교양 없이 이렇게 큰 개를 데리고 지하철에 타? 미친거 아니냐'며 막말을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원문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보고 소리지르던 여자>


안녕하세요. 오늘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을 톡에 써봅니다.


2011.7.13(수) 지하철 4호선 당고개 방면으로 가는 지하철에 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공단역쯤인가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겁니다.


무개념녀 : 꺄~!!!! 악!!!!!..


저는 살인사건 일어난줄 알았습니다.ㅡㅡ 진심입니다. 얼마나 요란스럽게 소리를 지르는지 고개를 돌려 옆을 처다봤죠. 그러니 어떤 원피스 입은 여자가 소리를 지르면서


무녀 : 개! 개! 이런 개를 들고 지하철에 타면 어찌해요!


이러고 있는겁니다. 뭐 여기까지 보면 놀랐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개가 어떤 개냐가 문제겠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습니다. 그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탄 시각장애인언니.
그 언니가 자리에 앉자 그 여자가 놀라서 소란을 피우는겁니다.


무녀 : 뭐 이런 큰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냐! 사람 놀라지 않느냐! 블라~ 블라~ 나불~나불~


지하철 구간마다 이어진 통로문이 요즘은 자동인데 그 자동문이 닫히면 열어서 언성을 높이더군요.
계속 닫히면 열어서 뭐라고~뭐라고 짖어대더군요. 개보다 못했습니다. 안내견은 얌전하기라도 하지.
제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고 말했지만 듣지도 않고 본인 할말만 하더군요.
그러더니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에 신문이 있었나봐요. 그 언니에게 자기 신문 내노으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무녀 : 내 신문 내놔요.


앞이 안보이는 맹인이 신문이 어디있는지 어찌 안다고.. 그 언니 주변을 손으로 훓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일어나서 바닥에 떨어진, 안내견 옆에 있던 신문을 집어서 그 무개념여자에게 줬습니다.
그러니 그 생각없는 여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무녀 : 됐어요. 더러워요. 저리치워요.


(하하.. 난 너가 더 더럽다. 이년아.)

받지도 않을꺼 왜 주어달라고 한건지. 사람 심보가 진짜 못된거 같더라구요. 전 신문을 위에 올려뒀습니다.
그 시각장애인 언니는 가만히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듣고있더라구요.
그러더니 그 여자가 시각장애를 가진 언니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무녀 :사과하세요!

(사과는 지금 당신이 해야지. 어디서 사과를 하라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각장애언니는 사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보는 승객들도 그 여자 태도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고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소란을 피우더니 옆칸으로 넘어가더라구요.
그.런.데!!!!! 이 여자의 무개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옆칸으로 간 여자는 비상용 S.O.S 수화기로 무전을 쳐서 지하철을 세웠습니다.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무전은 화제나 기타 다른 사고가 있을 떄 사용하는 것입니다. 역무원이 놀라서 뛰어오더라구요. 그러더니 길이길이 날뛰면서 나불나불 관계자를 잡고 말하더라구요.
관계자가 시각장애인언니가 있는 자리로 확인하러 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역무원에게 말했습니다.


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에요. 그 여자가 혼자 난리치는거니까 그냥 출발하세요.


그 역무원도 제 말 듣고 안내견을 보더니 두말없이 돌아가서 여자에게 설명하더라구요. 하지만 씨알도 안먹히는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뒤 지하철은 다시 출발했지만 한,두 정거장 뒤에 방송으로 "그냥 출발하죠" 라는 말이 들리더군요. 계속 다른칸으로 가서 소란을 피웠나봅니다. 곧 이어 다른 방송도 하더라구요. 비상용SOS는 긴급상황에만 사용하는거라고. 역무원들도 어이없었나봅니다.

그 시각장애인 언니는 어딘가에 전화해서 자기잘못이냐구 물어보더라구요. 정말 그런 사과받을 일을 당하고도 아무 대처도 할 수 없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사태가 진정되고 지하철을 타고가는데 그 시각장애인 언니는 푹 쳐진 모습으로 앉아있더라구요.
뭐라 위로의 말을 건내고 싶어서 그 언니에게 "그 여자가 개념이 없던거다. 언니 잘못없고 그 여자가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처져있지말아" 라고 말해주고 저는 제가 내릴 역에서 내렸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 여자 멀쩡해서 노약자,장애인,임산부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 데리고 장애인석에 앉아가는게 사과해야 할 일입니까?
공공장소에서 소리지르고, 지하철 세우고 개념이 없어도 한참 없더군요.
제가 용기가 없어서 그 무개념녀에게 뭐라고 크게 말못한게 지금와서 후회되더라구요.ㅜㅜ
아무쪼록 그 시각장애인 언니가 이 일로 크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을 보면서 많은 네티즌들은 시각 장애인에게 소리친 여성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우리가 사회에서 잘 보살펴야 할 장애인에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필자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았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논란이 되어 비난을 받고 있는 가해자들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하며 이해를 하려고 해봐도 또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마땅히 비난과 벌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건 저뿐일까요?

지하철에 안내견을 데리고 탔다고 시각 장애인에게 소리를 치고, 비상용 수화기로 지하철을 멈춰 세운 후, 역무원에게 막무가내로 소리친 무개념녀 역시 개인적으로는 정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 배우고 자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했을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 지하철에서 노인부부에게 욕을 한 남자 대학생, 자기 아이를 만졌다고 할머니를 폭행한 아이엄마 등등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은 도저히 정상인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부적응자이거나 정신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치료해줘야 할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혹시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서운 세상,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두렵고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오늘 역시 지하철 무개념녀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또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시각 장애인 여성과 시각 장애인 안내견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만 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