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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브릿지 연재

조선시대의 명화에 담긴 뜻깊은 의미


조선시대의 명화에 담긴 뜻깊은 의미

우리나라 선조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떻게 붓한자루로 저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그림 칼럼니스트인 손철주 작가의 마인드 브릿지 인문학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의 명화' 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우리의 그림이 가진 진정한 미적 의미를 이야기해주었으며, 조선시대의 명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인드브릿지 어플 소개<링크> 

아이폰, 아이패드로 보는 듣는 인문학 강의

동양화와 문학
이번 강의는 조선미술사에 나오는 명화보다는 옛 그림이 가지고 있는 문학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림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림에는 많은 의미가 있고, 작가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 그림의 의미는 쉽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양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의 차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동양의 그림은 서양의 그림과 다르게 '제발'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제발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쓰는 단어 제발이 아니라, 그림 한켠에 시나, 발췌한 문장이 표시된 것을 말합니다. 동양에서 그림에 그 유래나 찬사, 감상품, 비평 등을 적은 문장을 제발이라고 하지요.


제발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저 그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옛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속뜻을 알기 위해서는 그림의 주제가 되거나 제목이 되는 제발을 해독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곤란한 것은 제발이 한문으로 적혀있다보니 쉽게 해석하기가 힘이 들지요. 예를 들어서 국화가 그려져있는 옛 그림에 제발을 해독하지 못하고 국화만 보게 되면 그저 국화가 아름답구나라고 생각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발을 해석할 수 있다면 국화를 그린 의도와 국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요소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옛그림, 조선시대의 명화에는 제발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글을 통하여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국화에 담긴 이야기
강의는 여러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그림에 쓰여져 있는 제발을 해석함으로써 어떻게 그림의 의미가 달라지는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화가 '최북의 공산무인도'라는 그림 하나를 소개하자면, 붓질을 보면 치밀하고 정교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나무 두 그루에 정자 하나. 소재도 단순하게 그려진 이 그림.


그림을 본 첫 느낌은 그저 휑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시를 보게 되면 '空山(공산), 無人(무인), 水流(수류), 花開(화개)'라고 쓰여져 있는데요. '빈 산에 사람은 없지만,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즉 자연은 인간의 개인적 정서와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가진다. 그런 자연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 놓은 것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이있게 다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시를 통하여 그림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지요. 어쩌면 그림보다 제발에 담겨져 있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은데요. 그림과 제발이 잘 어울려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명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작품과 작가의 삶
강의를 들으면서 또 인상 깊었던 그림이라고 한다면 '이인상의 와운'이라는 그림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그림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지요. 조선시대의 그림에서 이런 그림을 본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에 여백없이 공간을 다 채운 그림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림을 들여다 보면 '술을 한 잔 먹고 시를 쓰려고 했더니 이런 먹장 구름이 되었다'라는 '제시'가 쓰여져 있습니다. 이인상의 그림은 추사 김정희도 인정을 했다고 하는데요. '와운'은 그 사람의 생애와 겹쳐지면서 풀 수 없는 시대의 울분과 자기 삶의 비참한 나날들이 반영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통하여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표현해냈는데요. 이인상은 자식과 아내가 먼저 죽고 증조부가 서출이라 6품 벼슬까지 하지 못했고 너무나 가난한 삶을 살았으며 대쪽 같은 성품으로 벼슬까지 내던지는 굴곡많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이런 굴곡많은 삶이 '와운'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조영석의 '이잡는 노승'이라는 그림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림을 보면 노승이 이를 잡고 있는데 엄지와 검지로 이를 잡게 되면 두 손가락의 무게로 작은 생명을 살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검지와 중지로 이를 털어내고 있습니다. 노승의 표정을 자세히 보면 조선시대 인물 그림에서 저렇게 표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는 그림이 잘 없는데, 이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은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직접본 것을 기억해 내서 그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옆에는 제발이 있는데 '이를 잡는 노승의 모습은 염불 삼매에 들어서 선의 경지에 들어선것과 같다'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이 의미는 이를 잡는 노승의 모습을 해학과 풍자로 담아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이처럼 여러 점의 옛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담겨져 있는 속뜻, '제발'을 풀어가면서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옛그림에 대해서 보고 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명화를 보면서 지금까지 단순히 그림만 보고 감상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제발'을 이해야지만 그림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발'이 없다면 '문자향, 서권기' 등을 통하여 화가의 시적 의견, 문학적 경지, 문학적 취향들이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감상한다면 기존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선조들의 그림의 우수성을 알고, 그림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선조들의 그림을 볼 때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겨져 있는 글을 꼼꼼히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