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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가을 추천도서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가을 추천도서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입니다.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가을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라는 책입니다. 사실 원제는 이런 제목이 아니라 <모든 것은 경이로움에서 시작된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유년과 고향에 대한 추억, 여행과 방랑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색,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57편의 글을 담은 책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한 편의 소설처럼 이 책에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그리움이란 향수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새로운 그리움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그리움이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이며, 꼭 슬픈 감정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생 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고뇌했던 헤세에게 그리움의 필연적 대상은 고향과 자연과 예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유난히 고향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헤세는 자신이 사랑한 모든 의미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을 통하여 영원한 향수를 느꼈으며,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는 자연에 대해서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림움이야말로 낯선 곳을 방랑하는 자신을 살아 숨쉬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지요.

책의 내용 중에서 나비(p68))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나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곤충 중에 하나이다.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곤충으로 경이롭다고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나비는 다른 곤충들과 많이 다르다. 삶에서 가장 화려하고 소중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존재. 나비는 먹이를 잡아먹고 늙어 가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 오로지 사랑하고 잉태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곤충들에게서는 보기 드물게 화려한 옷으로 가득 치장을 하고 자기 몸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나비는 오로지 현재를 충실하게 산다. 그것은 다른 개체를 더욱 매혹적으로 유혹하여 자손을 번식하는 행위를 더욱 화려하기 이루어 내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나비의 의미와 그것을 지닌 화려함에 대해서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나 공통적으로 느껴 왔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나비는 화려한 사랑을 펼치는 동물이다. 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변형되는 존재이며, 영원한 지속을 상징하면서도 또한 짧은 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평소에 보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헤세처럼 나의 유년시절 이미지와 고향, 자연에 대한 가치관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소중한 추억이 아니라 새로운 그리움을 만들기 위해서, 살아 숨쉬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으로 메마른 일상에서 나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