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이야기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이야기

지난해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아프리카 오지 수단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는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으로 먼저 알려졌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살아간 故 이태석 신부의 감동적인 휴먼 에세이입니다.

2001년 의사로서의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사제의 길에 들어선 뒤 내전과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수단 톤즈에서 보내기 시작한 그에게서 봉사가 무엇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미래와 신분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45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싸우고, 전염병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에 200 ~ 300명의 수단 주민을 진료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의료봉사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는 동시에 가난 때문에 앓게 된 마음의 병까지 치료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을 진료하면서 학교를 만들어 17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줬습니다.

수단의 톤즈에 처음 발을 내 디뎠을 때 그는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한없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막상 믿음과 용기 하나로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보살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환자들의 위해서 진료를 하고 병원을 짓기 시작했고 이어서 학교가 없어서 하루종일 빈둥거리고 헤매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도 짓게 되고 희망과 용기도 안겨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과 그가 톤즈 주민들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눠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읽는 내내 감동까지 안겨주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들이 이곳 아이들에게 했던 일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은 나병 환자들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병환자들이 맨발로 걸어 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각각의 발 모양을 따서 발에 맞는 신발을 제작해주었고, 나병이 전염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끊임없이 보살폈습니다. 나병에 걸려야지만 음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엄마는 아이에게 걸리지 말아야 할 나병에 걸리기를 바랬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가 나병에 걸리기만을 바랬던 젊은 엄마를 보면서 가슴아파하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故 이태석 신부는 지난 2010년 1월 14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죽음을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에게 이태석 신부의 죽음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한없이 슬퍼했습니다. 희망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었던 자신의 마을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준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떠난 후 다시 마을은 희망과 용기를 잃은 채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말 이 영화를 접했습니다. 책을 보고 난 후 그의 모습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비쳐질까? 라는 궁금증과 함께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내내 그의 웃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책에서 느끼는 감동과 또 다른 감동을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단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그가 수단 톤즈에 전한 아름다운 모습은 수단 톤즈 주민들의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도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하루하루 바쁜 생활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故 이태석 신부는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주고 간 것 같습니다. 그가 수단에 전한 감동과 사랑이 오랫동안 전해지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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