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연휴 동안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었습니다. 도가니라는 소설을 무척 읽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게 읽을 수 없었는데 추석연휴 동안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도가니를 벌써 읽은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도가니 소설이 지난 2009년에 발매된 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화로도 개봉된다는 소식 때문에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가 2년 만에 펴낸 장편 소설로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언어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 아동을 다룬 소설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 책을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우에 대한 구타와 성폭행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남쪽 도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 한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 죽어도 그것을 쉬쉬하는 선생님들 자애학원과 결탁한 교육청과 시청, 경찰서, 교회 등 무진의 기득권세력들은 자애학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하여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인호는 자애학원이라는 농아학교 기간제교사로 있으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에 참담해합니다. 폭행과 성폭행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자애학원은 이것을 철저히 숨기려고 모든 공기관도 결탁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아동들을 위해서라도 자애학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속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싸우면 싸울수록 상대방은 거대하고 권력과 돈 앞에 무기력해진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호 역시 결국에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와 같은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싸움에서 도망치게 됩니다. 정의와 현실 속에서 갈등을 하면서 결국에는 현실을 택하게 된 것이지요.
영화 도가니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두려워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계속 가지게 되었지만, 정의가 없는 사회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 답답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비록 소설을 읽고 느낀 것이라고 할지라도 글 속에 세상은 왜 이리 더럽고 추악한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도가니 속에 나오는 장애우들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나 자신이 남자라는 것 역시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은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는 책 속의 내용을 읽으면서 크게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끔 TV나 언론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장애우들에게 불공평한 처우를 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도가니를 보면서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답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장애우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니 장애우들을 따뜻하게 감싸지 못하는 사회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우들이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