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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브릿지 연재

우리가 신경숙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 - 신경숙의 소설과 애도의 윤리학


우리가 신경숙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 - 신경숙의 소설과 애도의 윤리학


소설가 신경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1985년 문예중앙 소설 <겨울우화>로 데뷔하여, 1993년에 출간된 <풍금이 있던 자리>가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스타 작가로 도약했습니다. 그 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국의 대표 소설가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지요.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2008년에 발간된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입니다. 필자 역시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통하여 신경숙 작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지요. 엄마를 부탁해는 한 가족이 서울역에서 실종된 70대 여성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몰랐던 어머니 또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서 200만부가 팔렸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아이폰, 아이패드로 듣고 보는 인문학 강의(마인드브릿지)

최근 마인드브릿지 어플을 통하여 신경숙의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한 동영상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신형철 강사의 '신경숙의 소설과 애도의 윤리학'이라는 강의였는데요. 신경숙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경숙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인드브릿지 어플 소개<링크>

신경숙은 그다지 주목을 받는 작가가 아니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등장한 80년대 후반의 한국은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을 복원하는 신경숙 작품이 인기를 끌 수 없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90년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신경숙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장편소설 '외딴 방'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경숙 작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번 동영상 강의를 통하여 신경숙 작품의 특징도 알 수 있었는데요. 단편을 빼고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부분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1994년 작품 <깊은 슬픔>에서는 은서의 자살
1995년 작품 <외딴 방>에서 희재 언니의 자살
1999년 적품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세 하진이 기억상실에 걸렸다가 회복
2001년 작품 <바이올렛>에서 성폭행당한 여성이 죽는다
2008년 작품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가 실종이 되면서 죽음을 암시
2010년 작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미루의 자살
2011년 작품 <리진>에서 리진이 엄마처럼 생각하던 명성황후가 죽자 자살

<기차는 7시에 떠나네>라는 소설을 빼면 나머지 모두 자살을 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내용입니다. 아마 신경숙 소설을 왠만히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녀의 소설에 이런 비밀이 있다는 것은 쉽게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경숙 작가는 신형철 강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은 '깊은 슬픔'의 은서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인공들은 죽었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냥 이 거리에 없을뿐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하지요. 이것이 소설을 쓴 작가와 그 소설을 읽은 독자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에게 그 죽음을 어떻게 공표하느냐 하는 죽음에 대한 태도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형철 강사는 자신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작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말과 생각이 달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신경숙의 문학은 애도를 위한 문학이라고 정의를 하며, 애도와 우울증의 차이를 소개했는데요. 애도라고 하는 테마는 요즘 인문사회과학에서 많은 학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라고 하지요.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크 데리다, 슬라보예 지젝 등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애도와 우울에 대한 이론을 들려주었는데요. 애도와 우울의 심리학전 현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애도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을 말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애도라는 정상적인 감정과의 비교를 통하여 애도의 본질을 파헤쳐보았습니다. 애도는 병리적인 증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저절로 치유가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경우 사랑하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애도는 정상적인 과정이며, 우울증은 병리적인 과정이라고 정의를 했지요.


자크 데리다는 진정한 애도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애도를 끝내고 기억속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타자에 대한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프로이트가 말한 정상적 애도는 실패한 애도, 불충실한 애도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데리다의 결론은 애도는 불가능하지만 애도를 하는 과정은 윤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슬라보예 지젝은 애도는 배신이다. 대상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반면에 우울증은 대상의 곁에 있다고 주장하며, 우울증자는 욕망의 원인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우울증자는 상실한 대상에 고착되어 있어 애도작업을 수행할 수 없는 주체가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것은 프로이트가 애초에 했던 규정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요.

철학자들의 이야기라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애도와 우울증에 대한 내가 느낀 차이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애도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고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동영상에서는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소설을 읽을 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도. 애도라는 것이 있었나? 처음부터 없었는데 지금 우리가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적인 측면에서 엄마가 희생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어머니의 희생을 제대로 애도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통하여 숨겨져있던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것을 통하여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이런 소설에 열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라는 대상 앞에서 누구도 죄의식에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뿐만 아니라 신경숙 작가의 소설에서는 죄의식의 코드로 애도가 지속되도록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그녀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번 마인드 브릿지 동영상 강의를 통하여 신경숙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의속에서 언급되었던 신경숙의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런 강의를 통하여 작가의 특성, 소설의 성격이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도와 우울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