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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브릿지 연재

진중권 서양미술사 - 도상학에 관하여


진중권 서양미술사 - 도상학에 관하여

아마 요즘 젊은 사람들이라면 진중권 교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중권 교수는 철학자이자 대학교수, 교육자, 비평가, 문화평론가,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비평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진중권 교수가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 과감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솔직히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는데요. 이 때문에 진중권 교수를 독설가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수 윤종신과 닮은 외모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지요.


최근에 진중권 교수가 진행하는 마인드 브릿지 인문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고, 개인적으로도 진중권 교수의 평론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강의가 업데이트 되자마자 듣게 되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서양미술사라고 해서 사실 의아했는데요. 알고봤더니 원래 미학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전공이 미학분야의 교수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인드브릿지 어플 소개<링크>

이번 강의는 진중권 교수의 저서인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서양미술사라는 강의와 책은 미술사 전공이 아니면 크게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하여 서양미술사에 대해서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림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무척 만족한 강의였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로 보고 듣는 서양미술사

* 도상학에 관하여
서양사를 배우고 서양화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가장 처음에 작품을 해석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도상학적 방식인데요. 도상학(iconograghy)은 이미지(에이콘) eikon + 기록(그라페) graghe가 합쳐져서 나온 단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지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요. 이미지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기록한 것들을 해석한다고 생각하면 빠르겠지요? 조형의 원리나 조형 요소의 형식보다 내용이나 의미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상학은 중세에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왔는데, 사실 현대 미술이나 예술에는 접목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상학의 창시자는 오스트리아 빈의 어윈 파노프스키라고 합니다. 미술전공이라면 어윈 파노프스키의 도상해석학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도상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예가 있는데요. 서양의 한 남자가 걸어오다가 상대를 발견하고 모자를 들었다가 놓는 행위를 봤다고 생각해봅시다. 지금의 사람들은 저것이 서양의 인사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만약에 조선시대 사람이 저런 모습을 본다면 아무래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파노스프스키의 도상학적 단계를 접목시켜 저 행위에 대해서 설명하면,

-전도상학적 단계 : (보이는 그대로의 일차적 단계) 한 남자가 걸어오다 머리의 모자를 들었다 다시 놓는다.
-도상학적 단계 : (행위에 관한 이해) 모자를 벗는 이유는? -> 서양 문화에서 모자를 벗었다가 놓는 것은 인사법.
-도상해석학적 단계 : (행위에 관한 결론 & 해석) 저 남자는 나에게 서양의 인사를 하고 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상학적 단계는 모자를 들었다 놓는 행위 자체를 보는 것 그리고 이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기본적인 관찰이 이루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는 그림을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는 있지만, 그림에 따라서 담겨진 다양한 의미를 읽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도상학적 단계에서는 그 제재가 되는 것을 알 필요가 있는데, 서양미술사에서는 주로 문학적 텍스트가 바로 미술에서의 제재로 사용되었지요. 이것이 이스토리아(istoria)라고 하는데 주로 성서, 신화, 역사의 이야기들이 제재가 되어 미술에 활용되고 작품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이스토리아를 분석하는 도상학적 단계가 있어야 그 속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진중권 교수는 실제 그림을 소개하면 도상학적 단계를 설명해주었는데요. 도상학적 단계를 통하여 그림을 해석하게 되면 보는 것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그림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게 되며, 그림을 좀 더 재미있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이번 강의는 도상학적 단계를 소개하고, 다양한 그림과 그것을 해석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후반부에는 프랑스 화가 푸생과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들을 도상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재미있게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진행되서 그런지 도상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그럽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 강의를 듣기 전에는 진중권 교수의 이미지가 무척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들었는데 직접 강의를 들어보니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번 강의를 듣게 되면서, 앞으로 어떤 그림을 보더라도 그저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도상학적으로 그림에 담겨진 의미를 생각하면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하나를 보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림 속에 나타난 작가의 인생까지 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작가 개인의 특성, 인성, 성적취향 등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해석하며, 그림을 본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