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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세이

금당 골동품 판매상 살인사건 - 나는 사형수


금당 골동품 판매상 살인사건 - 나는 사형수

1979년 6월 20일 서울 종로구 골동품상 '금당'주인 부부와 운전기사를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이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고 합니다. 필자가 태어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대부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나는 사형수>라는 책을 통하여 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형수> 지상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시간, 877일'이라는 책은 금당 골동품 판매상 주인 부부와 운전기사를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의 주범인 박철웅이 2년 6개월 동안 옥중에서 만난 양순자 교화위원에게 1주 간격으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편지를 써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가 방탕하며 잘못 살아온 지난날과 옥중 생활, 그 때의 심경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참회록 형식의 편지를 모아 출간한 책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범죄 자체가 너무나 극악무도 했으며, 마치 이런 책을 통하여 그 죄의 씻으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 외에도 많은 분들이 책을 읽기전부터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철웅의 어린시절의 이야기 자라온 환경에 대한 부분은 크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자신은 어린시절 한 없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사랑 받으며 성장했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돈 때문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스스로 망가지는 삶을 선택했고, 3명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과 동거녀를 공범으로 만들며,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겨주게 되었습니다.

돈은 그에게 어떤 존재였기에 이렇게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돈은 한마디로 그의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아내를 만났고, 그와 동시 그에게 많은 돈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너무 쉽게 들어온 돈은 스스로 자신을 망가트렸고, 그 후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돈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생명수와 같은 존재였지요.


책을 읽어보면 그는 금당 주인부부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다 삶의 중간중간에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한 번 무너진 삶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에는 돈 때문에 사람까지 죽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돈으로 만들어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소중한 3명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완전 범죄로 끝날 것 같았지만, 자신이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동거녀의 입을 통해서 모든 사건이 밝혀지고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금당 골동품 부부 살인사건의 진실이 이 책에 모두 담겨져 있으며, 피의자의 행동과 순간순간의 심경의 변화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참회를 했지만 어쩌면 참회 역시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의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했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의 참회가 또 하나의 위선으로도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가족이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더라도 그것이 절대로 용서될 수 없는 죄일 것입니다.


나는 사형수라는 책을 읽고 돈과 탐욕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탐욕보다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극악무도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범죄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돈, 탐욕 때문입니다. 탐욕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은 약해지고, 물질만능주의에 휩싸여 사람의 목숨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죄를 저지른 후,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고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