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만화가 허영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와 성장을 함께한 작가가 허영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허영만이 지은 책은 거의 빠짐없이 보려고 하지요.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는 최근에 읽은 책으로 이 책은 KBS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여행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를 소개하며 화제가 된 책입니다. 만화가 허영만과 열 세 남자의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바닷길을 돌아보자고 제안했던 것이 현실로 실현되어 요트 여행을 떠나는 과정과 그곳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닮아놓은 책이지요.
허영만과 전문 산악인 故 박영석 대장을 포함하여 열네 명의 중년 남자는 한반도 바닷길을 무동력 돛단배로 일주하기로 결의하고 낡은 요트를 마련해서 여섯 달에 걸쳐 수리를 하고 2009년 6월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하여 동해 끝 독도까지 1년간의 한반도 해안선 일주를 나서게 됩니다. 故 박영석 대장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술자리에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가 중년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것을 실현하여 떠나는 여행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은 즉흥적으로 계획하고 떠나야지만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이들의 여행이 보는 독자의 마음도 설레게 만들었으며, 내가 이들 여행에 함께 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남자들끼리의 요트여행, 제목처럼 뭔가 심상치 않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굉장히 낭만적인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트여행을 생각하면 아~ 정말 해보고 싶다. 너무 낭만적이고 생각만 해도 설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들이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허영만 화백을 선장으로 하여 사진작가와 회사원, 치과의사, 산악인 등이 모여 출발한 집단가출호는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최대 이벤트인 경기도 국제보트쇼를 홍보도 하고 요트여행에 대한 로망도 채울 수 있었지요. 요트 여행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성난 파도는 시도때도 없이 이들을 괴롭혔고, 추운 날씨와 매서운 바닷바람 그리고 무인도에서 보내는 동안 만난 모기떼들까지... 생고생을 하면서 서해로, 남해로, 동해로, 끝으로 독도까지 요트 횡단을 하는 여정들이 무척 고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매 순간을 즐기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었지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냄새, 사람의 정 등 이들의 여행기를 통하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작지만, 무척 큰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들처럼 자유로운 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트 여행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서로의 일 때문에 바쁘고 요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이들이 떠난 바닷길 여행,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으로 생생한 에피소드를 전해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1박 2일에서 소개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바닷길을 느끼고 싶거나 여행 에세이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